국정자원은 ‘기관 하나’가 아니다 — 앵커기관과 승수효과
왜 ‘몇 명 오느냐’로 계산하면 안 되는가 · 3부작 ②
강민준 · 세종시창업벤처협회 회장 · 사이버보안 기업 대표(창업 12년차)
앞선 글에서 2030년 국정자원 문제는 ‘무엇을 설계하느냐’의 문제라고 했다. 그렇다면 국정자원이 한 지역에 자리 잡는다는 것은 그 지역에 어떤 의미일까. 흔히 이렇게 계산한다. 직원 수는 몇 명, 청사 건설비는 얼마, 지역 소비 효과는 얼마. 이 방식으로만 보면 대전과 세종의 차이는 크지 않다.
그러나 경제학에서 더 중요한 것은 승수효과(multiplier effect)다. 국정자원 → 직원 → 소비로 끝나면 효과는 제한적이다. 하지만 국정자원 → AI·클라우드·보안 기업 → 스타트업 → 대학·연구기관 → 벤처투자 → 민간 일자리로 이어지면,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된다.
같은 ‘공공기관 1개’라도 파급효과가 다르다
일반 중앙행정기관이 하나 더 오면, 공무원이 유입되고 주거·식당·생활서비스 수요가 생기는 정도다. 소중한 효과지만 범위가 제한적이다. 국정자원은 다르다. 그 업무 자체가 AI, 클라우드, 데이터, 사이버보안, 네트워크, 시스템통합(SI), 정보보호, 디지털정부, 재해복구, 데이터센터와 직접 연결된다. 게다가 정부는 민감·공개 등급 시스템의 민간 클라우드 활용 확대까지 검토하고 있다.
현장에서 보면 더 분명하다
보안기업 대표의 시각
사이버보안 회사를 운영해 보면 공공 시장은 민간과 결이 다르다. 공공 AI·클라우드·보안 사업에서는 보안 인증, 조달, 실증, 정부 정책, 시스템 연계, 공공데이터 활용이 결정적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정부기관과 관련 산업의 ‘공간적 근접성’이 실제 사업 기회로 연결된다. 대형 고객인 중앙정부와 가까운 곳에 관련 기업이 모여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것이 세종의 ‘자족기능’과 만난다
세종의 오랜 숙제는 행정기능은 강하지만 산업 생태계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것이다. 과거 정부도 세종을 자족도시로 만들려면 기업·대학 같은 거점기능을 유치해야 한다고 설명하며, 거점고용 약 2.9만 명·유발고용 5.5만 명이라는 구조를 제시한 바 있다. 핵심은 이것이다. 공무원이 많다고 자족도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일자리 → 기업 → 연구 → 소비 → 교육 → 주거 → 투자 → 다시 일자리로 이어지는 순환구조가 있어야 한다.
그런 순환을 만드는 ‘앵커’로서, 국정자원은 일반 중앙행정기관보다 훨씬 강력한 기관이다. 물론 오해는 없기를 바란다. 세종이 이미 그 생태계를 갖췄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 약하기 때문에, 국정자원이라는 앵커가 더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세종은 “직원이 몇 명이니 효과가 얼마”가 아니라 “국정자원을 앵커로 대한민국 AI·디지털정부 산업을 집적시키겠다”고 말해야 한다. 마지막 글에서 그 그림을 그려보겠다.
※ 이 글은 행정안전부의 국정자원 혁신 ISP 관련 공개 자료와 언론 보도를 토대로 한 개인적 견해이며, 정부의 공식 평가나 결정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