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자원 2030, ‘어디로 가느냐’보다 ‘무엇을 설계하느냐’가 먼저다
대전센터 화재가 남긴 진짜 질문 · 3부작 ①
강민준 · 세종시창업벤처협회 회장 · 사이버보안 기업 대표(창업 12년차)
지난해 가을,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대전센터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정부의 핵심 행정정보시스템이 멈췄고, 국민은 ‘정부 전산이 이렇게 한곳에 몰려 있었나’를 처음으로 실감했다. 다행히 693개 시스템은 화재 49일 만에 전면 복구됐다. 그러나 이 사건은 복구로 끝나지 않았다.
정부는 2030년까지 대전센터를 단계적으로 폐쇄하고, 그곳에서 돌아가던 693개 정보시스템을 재배치하기로 했다. 그리고 2026년 7월, 이를 위한 ‘혁신 ISP(정보화전략계획)’ 수립에 착수했다. 여기서 대부분의 논의가 한 방향으로 쏠린다. “그럼 데이터센터를 어디로 옮기느냐, 대전이냐 세종이냐”는 것이다.
단순 이전이 아니라 ‘설계’다
하지만 정부 문서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이것이 단순한 이사(移徙)가 아니라는 점이 분명해진다. 행정안전부는 이번 사업을 “차세대 인공지능정부 인프라로의 전환”이라고 명시했다. 실제로 혁신 ISP는 다음을 동시에 설계하고 있다.
① 693개 시스템을 보안등급별로 재배치 ― 기밀급은 공공 데이터센터로, 민감·공개급은 민간 클라우드로. ② 대전센터를 대체할 공공 데이터센터 신축과 민간 데이터센터 활용 방안. ③ 어떤 재난에도 정부 서비스가 멈추지 않는 재해복구(DR) 체계. ④ 그리고 국정자원 자체의 역할 재정립.
그래서 질문을 바꿔야 한다
필자는 12년째 사이버보안 회사를 운영하며, 세종에서 창업·벤처 생태계가 자라는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봐 왔다. 그런 사람의 눈으로 이 국면을 보면, 지금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직원 몇 명이 어느 도시로 가느냐”가 아니다. “2030년에 대한민국은 어떤 국가 디지털 시스템을 갖게 되는가”이다.
공정하게 말하면, 단기적으로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가동하는 데는 대전이 유리하다. 이미 인력과 시설, 기업과 연구기관, 그리고 오랜 ICT 생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 점은 분명히 인정하고 시작해야 한다. 다만 한 가지가 이 논의의 핵심을 가른다. 2030년은 ‘지금 있는 것을 유지하는 시점’이 아니라 ‘앞으로 10년을 설계하는 시점’이라는 사실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국정자원의 이전은 지역 유치 경쟁이기 이전에 국가 전략의 문제다. 다음 글에서는 왜 국정자원이 ‘공공기관 하나’가 아니라 산업 생태계 전체를 끌어들이는 앵커(anchor)인지, 경제학의 승수효과로 풀어보겠다.
※ 이 글은 행정안전부의 국정자원 혁신 ISP 관련 공개 자료와 언론 보도를 토대로 한 개인적 견해이며, 정부의 공식 평가나 결정과는 무관합니다.